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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안보정세 결산

jungdoi57

최종 수정일: 1월 18일

이글은 한국국가전략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국가안보전략> 2022년 12월호에 기고한 칼럼이다.

웹 주소는 다음과 같다.  


2022년에 대두됐던 안보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러시아가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진행 중이다. 둘째, 8월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군이 대만 봉쇄 군사훈련으로 미중 간 긴장을 고조시켰다. 시진핑 주석은 10월 16일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셋째, 김정은은 9월 8일 핵무기 사용 선제공격 방침을 법제화했다. 9월 말과 10월 초에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면서 남한의 공군 비행장과 항구 및 군사시설을 표적으로 전술핵부대운용훈련을 지휘했다. 11월 2일에는 남한의 속초 앞바다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쏘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555일 경과 후 상황. 붉은색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출처: 천지일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555일 경과 후 상황. 붉은색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출처: 천지일보

이 세 현상의 공통점은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 모두 국제질서의 현상변경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의 현상변경 계획은 아직 현실로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동시에 실행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대만해협과 한반도에서 두 개의 핵보유국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오래 집권할지 모르지만, 후임자도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두 개의 핵보유국을 상대로 고전하게 되면, 러시아 역시 유럽에서 다시 서방세계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2022년 미국과 중국의 항모 등 전략자산 배치현황. 출처: 서울경제
대만해협을 둘러싼 2022년 미국과 중국의 항모 등 전략자산 배치현황. 출처: 서울경제

현재 미국은 과거와 달리 국내정치적 갈등으로 골병이 들었다. 지난 8월에 미국인 43%가 정치적 양극화로 향후 10년 내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치 위기에 경제 위기가 겹치면 미국이 내부 문제로 인해서 외부 분쟁에 개입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을 시도한다면 이 때를 노릴 것이다. 김정은 역시 이 때를 남한 침공의 호기로 여길 것이다. 11월 15일에 대선 재출마 의사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선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발언을 이미 한 바 있다. 앞으로 미국 국내정치와 한미동맹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김정은은 핵무기로 남한을 유린할 것이다.


김정은이 2023년 8월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지도 속 서울을 가리키며 공세적 전쟁준비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이 2023년 8월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지도 속 서울을 가리키며 공세적 전쟁준비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출처: 연합뉴스

한국의 안보를 미국에게만 의지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조 바이든 은 어쩌면 미국에서 전통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마지막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 그런 그가 핵 확장억제 정책으로 한국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에는 모순이 많다. 수 분 내에 한국 영토를 초토화할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제할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초토화된 후 2시간 지나서 미국령 괌에 배치된 전략폭격기가 북한에 보복하는 것은 확장억제가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우리의 선택지가 아니다.


북한은 미국식 확장억제의 사각지대를 노릴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 및 한국 자체 핵무장 등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말고 비상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를 거쳐서 문재인 정부까지 진보 정권 15년 동안 햇볕정책과 평화정책을 추진한 탓인지 우리 사회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은 지난 11월 1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앞에서 한국 내 전술핵 배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전직 외교 관료 중에는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 및 핵무장 모두 득보다 실이 많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군(軍)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의 문제는 북한의 핵개발을 대남정책과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 군사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에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 국가들에게 러시아를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수없이 보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는 이런 경고를 무시하거나 외면했다. 불편한 진실을 피하고 싶어 하는 마음속에서 러시아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 채 공허한 외교에 매달렸다. 그래 놓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푸틴이 정말 그렇게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언젠가 북한이 남침을 한 후에, 우리도 이렇게 말할 것인가?


※ 원고 속 그림과 사진은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추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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