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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우산과 서독 그리고 한국

jungdoi57

최종 수정일: 1월 18일

이 글은 한국국가전략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국가안보전략> 2023년 4월호에 기고한 칼럼이다.

웹주소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본토 방어와 동맹국 보호는 서로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전자와 후자 사이에는 긴장이 흐른다. 후자를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고 한다. 1950년대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은 핵무기로 적국(소련)을 대량보복(Massive Retaliation)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련도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1960년부터 미국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은 1961년부터 소련과의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유럽에서 전쟁 초기에 재래식 전력으로 대응하고자 했다.


이에 나토(NATO) 회원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특히 서독은 재래식 방어가 실패한 후 점진적으로 핵사용 수위를 높여간다는 미국의 전쟁 단계별 핵사용 옵션(Flexible Response; 유연대응 전략)에 비판적이었다. 전쟁을 오래 끌수록 서독이 최전선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었다. 서독은 유럽에 국한된 제한핵전쟁(Limited Nuclear War)의 가능성도 우려했다. 미국의 유연대응 전략은 서독의 반발로 1967년에야 나토의 전략으로 채택되었다.


같은 시기에 미국은 핵비확산조약(NPT)을 추진하면서 서독을 비롯한 동맹국에게 타협안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핵기획그룹(NPG)을 나토에 설치한다. 둘째, ‘핵무기를 사용하든가, 아니면 사용 기회를 놓치든가(use them or lose them)’라는 원칙하에 미국의 전술핵(TNF)을 서독 등 중부 유럽에 전진 배치한다. 셋째, 핵 공유(Nuclear Sharing)를 실시한다. 이것은 핵무기의 공동 소유가 아닌, 정치적기술적 공유를 의미한다. 넷째, 미군을 인계철선으로 중부 유럽의 최전선에 배치한다.


냉전기 서독에서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 장소. 출처: Atomwaffen A-Z
냉전기 서독에서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 장소. 출처: Atomwaffen A-Z

이렇게 해서 나토는 핵(核)동맹이 되었다. 한편, 미국과 소련은 1969년부터 핵전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군축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미소 간 전략무기제한협상(SALT)은 또다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구심을 초래했다. 미국이 소련의 ICBM을 두려워해도, 중거리핵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상에서 제외하거나(SALT-I), 양보하려 했다는(SALT-II) 생각을 동맹국들이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서독은 소련이 1976년부터 지상발사중거리핵미사일 SS-20을 동유럽 전선에 배치하기 시작하자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소련의 SS-20이 나토의 군사전략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독은 「나토 이중결정」(Nato Double-Track Decision)을 주도하고, 1979년에 나토의 정책으로 관철시켰다. 일차적으로 소련의 중거리핵미사일 철수를 협상하되, 실패하면 미국의 중거리핵미사일을 나토 회원국에 배치해서 소련의 위협을 상쇄하려 한 것이다. 「나토 이중결정」으로 미국과 소련은 제한핵전쟁에서 안전지대로 남을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의 중거리핵미사일이 짧은 시간에 소련을 타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련의 중거리핵미사일은 미국을 타격할 수 없었다. 이것은 소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리하여 미소 간 중거리핵전력(폐기)조약(INF, 1987년)이 체결되는데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현재 나토 회원국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와 이에 대응하는 러시아의 핵무기. 출처: Germany NDR
현재 나토 회원국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와 이에 대응하는 러시아의 핵무기. 출처: Germany NDR

냉전 종식 후 미국은 러시아의 핵위협이 대폭 감소하자 유럽에 소량의 전술핵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철수폐기했다. 미국은 한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시키지 않고 1991년에 모든 전술핵무기를 철수시켰다. 이것은 실책이었다. 미국은 이제라도 「나토 이중결정」처럼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철수시킨다는 조건으로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핵우산이 믿음을 주려면 어떤 위험 부담도 감수하면서 북한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인 핵 태세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핵을 통해서 핵전쟁을 방지하는 억제전략의 기본이다.


그런데 미국, 특히 바이든 정부는 소극적이다. 심지어 미국에는 한국 내 전술핵이 북한의 선제공격을 초래하고, 표적이 될 것이라며 두려워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부터 본토를 보호하기 위해서 지상기반 중간단계 방어체계(GMD)를 개량하고, 차세대 요격기(NG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반면에 한국에는 필요시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전개하면서 보여주기 쇼를 연출하고 있다. 향후 한미(일) 핵기획그룹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전술핵 배치가 없는 한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당사국인 한국이 바로잡아야 한다.


※ 원고 속 그림과 사진은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추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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