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워싱턴 선언과 미국의 전략적 오류

jungdoi57

최종 수정일: 1월 18일

이 글은 한국국가전략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국가안보전략> 2023년 7월호에 기고한 칼럼이다.

웹주소는 다음과 같다.


지난 4월 2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었다. 여기에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물론 핵개발 잠재력도 포기한다는 내용이 직간접으로 포함되었다. 미국 당국자는 전술핵무기의 한국 내 재배치 계획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냉전 기 미국은 나토 회원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는 대신에 전술핵을 중부유럽에 전진배치하고, 핵 공유를 실시했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3대 요소는 핵과 미사일방어시스템 그리고 재래식 전력이다. 이 중에서 ‘공포의 균형’으로 적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핵심요소는 핵무기다. 미사일방어시스템으로 적의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다. 그러나 적이 미사일방어망을 뚫으면 억제는 실패하게 된다. 재래식 전력은 파괴력 측면에서 핵무기를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는 확장억제의 핵심수단인 전술핵무기의 한국 내 배치를 거부한다. 그러면서 재래식 전력과 미사일방어시스템 위주로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려 한다. 한반도 밖에 배치한 미국의 핵무기는 전쟁을 억제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사후 보복용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억제가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전쟁을 일으키면, 핵 관련 시설 및 장비가 한미의 공군력으로 초토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북한식 “use them or lose them”(사용하든가, 아니면 사용 기회를 잃게 되든가)이다. 한국에 상주하지 않는 미국의 전략자산은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대응 속도가 늦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미의 미사일방어망은 북한의 선제 핵공격을 모두 막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의 현 확장억제 정책으로는 전쟁 초기에 한국의 재앙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필자가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로 핵전쟁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남한이 파괴되면서 북한에 보복하고 이기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핵무기를 군사적 무기 이전에 정치적 무기로 사용해서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냉전기 나토도 이렇게 했다. 그런데 미국엔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가 군사적 효과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표적이 되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냉전기에 수천 개의 전술핵을 나토 회원국에 전진 배치했을까? 이런 질문에 이들은 나토와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분명 나토와 한미동맹의 구조는 다르다. 그러나 핵으로만 핵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럽과 한반도에 차이가 없다. 또한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군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안 되고, 주한미군은 표적이 되어도 괜찮다는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어떠한 리스크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데, 북한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두려워할까? 재래식 전력을 통한 억제의 핵심은 적대국보다 우수한 군사 역량(capability)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나 핵을 통한 억제전략에서는 ‘누가 더 리스크를 감내하느냐’(competition in risk-taking)가 핵심이다. 그런데 리스크 경쟁에서 사람의 목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비정상국가 북한이 미국을 앞선다. 바이든 정부가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하는 정책으로 북한과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도 변수다.


북한은 4년 후 2027년에 200기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한다.(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 김정은의 당면 목표는 남한을 전술핵무기로 공격한 후에도 살아남아서 미국 본토에 대한 2차 핵공격(second strike)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핵탄두를 보유하는 것이다. 그리 되면 미국이 개입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가 2023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발표회에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가 2023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연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발표회에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설령 주한미군이 존재해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김정은은 이것을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로 여길 것이다. 미국이 대만 전선에 집중하기 위해서 한반도 개입을 최소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전쟁에서 지면 미국이 세계 패권을 상실하는 까닭이다. 한반도전선에서는 재래식으로 무장한 한국군이 중심이 되고, 미군은 핵과 기타 전력으로 지원하는 전쟁이 계획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선제 핵공격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후에도 한미연합군이 계획대로 전쟁을 할 수 있을까? 핵전쟁의 위험과 기회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평가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것은 비극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전략의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


※ 원고 속 사진은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추가한 것이다.


Comments


Commenting has been turned off.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