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국가전략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국가안보전략> 2023년 2월호에 기고한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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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생존과 정권 유지를 위해서 감히 핵 도발을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국지도발 정도만 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에게 전쟁이 실패국가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체제 생존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을 미국이 간과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30년 동안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경험했다. 그러고도 아직 북한을 잘 모른다. 정상국가의 전쟁도발 의지와 전쟁수행 능력은 경제력이 뒷받침한다. 그러나 북한은 주민이 굶어 죽어도 대(代)를 이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추구해 온 비정상국가다. 김정은의 전쟁도발 의지를 외부 기준으로 평가하면 곤란하다. 전쟁수행 능력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전쟁 억제 혹은 확전 방지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나토의 개입을 막는 확전 방지의 위협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도, ‘핵 그림자’ 속에서 러시아처럼 재래식 무기로 전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재래식 무기만으로 한미(韓美) 연합군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미래에 전쟁이 발발하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핵전쟁이 될 것이다.
핵을 사용하는 전쟁의 수행능력은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의 수행능력과 차원이 다르다. 북한의 전쟁수행 능력을 경제력 중심으로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실패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실패했다. 상대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북한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2022년 12월 31일에 남한 전체가 사정거리인 6연장 600㎜ 구경 초대형방사포 30문을 공개했다. 연속발사 간격은 20초다. 30문에서 2분 동안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180 포탄을 발사할 수 있다. 또한 북한 포병 1개 대대가 4연장 초대형방사포 27문으로 1분만 발사해도 한국군과 미군의 공군기지는 초토화된다. 이 외에 극초음속미사일은 물론, 변칙 비행하는 K-23과 K-24 그리고 저고도 비행으로 탐지가 어려운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수중(저수지)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열차 탑재 탄도미사일도 있다.

과거에는 군부대 이동으로 전쟁 징후를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부대 이동 없이 최소 100 개 이상의 이동식발사대(TEL)만으로 선제기습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 전방과 후방에서 동시에 전술핵을 섞어서 수백 발 이상 쏘면 미국의 감시정찰 능력이 뛰어나도 모두 막기 어렵다. 특히 이동식발사대의 경우 탐지 후 대응 속도가 늦어지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기존에는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북한의 전쟁 도발을 억제했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일부를 대만 전선에 투입하고, 그만큼 한국이 자체 방어에서 역할을 더 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심지어 대만전선에 대한 한국군의 지원도 바랄 정도다. 물론 한국은 동맹으로서 미국이 원하면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중국은 대만 침공 시 미군이 북한의 핵공격으로 타격을 받을수록 자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김정은은 이런 중국의 지원 하에 남침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것이다. 이렇게 북한이 한미 연합군을 공격하면 미국은 응징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전체가 초토화된 후 미국이 북한을 이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런 전쟁은 이기고도 지는 전쟁이 된다. 미국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전략적 실패는 향후 대만 전선과 지역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전쟁을 억제해야 한다.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핵공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럴 생각이 없다. 한반도보다 덜 위험한 유럽에는 탈냉전 시기에도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를 추진해오면서다. 이것은 잘못된 맞춤형 억제전략(tailored deterrence)이다.
미국에서 지난 1월 18일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미래에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현 상황에서는 전술핵 재배치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당사자이면서도 전술핵 배치 없는 핵공유, 즉 공허한 핵공유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한국 정부가 더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다.
※ 원고 속 사진은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추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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